잘있니, 그 시절

그때 그 시절 다방은 지금 어디에
젊은이들이 문화를 꽃피웠던 곳
‘청통맥(청바지, 통기타, 맥주)’
그리고 ‘음악다방’

2019년 대한민국은 ‘레트로 열풍’. 패션부터 음악, 사진, 영상까지 문화 전반에 레트로 감성이 퍼져 있다. 레트로는 회상, 회고, 추억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줄임말이다. 이른바 노스탤지어가 현재의 슬픔과 상실감을 치유할 수 있는 해독제로 작용하는 것. 현대인에게 필수 기호식품인 커피에도 레트로 열풍은 빠질 수 없다. 과거 다방에서부터 현재의 카페에 이르기까지, 코끝에 맴도는 커피 향을 떠올리며 감성의 시간을 거닐어 보자.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다방
정겨운 기타 소리와 커피 향기는 점차 사라지고…

서울 무교동의 극장형 다방 ‘세시봉’에서 팝송이 울려 퍼진다. 1960~70년대 다방에서는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맨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문화를 향유했다.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대학생에겐 시를 읊고 팝송을 듣는 문화공간으로, 예술인에겐 데뷔 무대가 돼 준 것이다. 당시 다방은 처음 보는 사이라도 말만 통하면 밤새 사회와 문화에 대해 토론하는 아지트의 역할까지 수행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도 청춘들의 다방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공간은 혁명을 꿈꾸던 청년들의 민주항쟁을 탄생시킨 공간, 억압에 반대하는 낭만과 저항의 공간이 된 것이다.
한때 서울 대학로와 신촌 문화를 상징하던 ‘학림(學林)다방’과 ‘독수리다방’. 60년이 훌쩍 넘는 동안 대학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지켜온 학림다방은 현대사의 본거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에 문을 연 학림다방은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 다방이었다. 천상병, 김승옥, 이청준, 황석영, 황지우 등 시대별 유명 인사가 모두 학림다방의 단골이었다. ‘독수리 다방’은 한때 신촌 문화의 상징이었다. 주변에 연대, 이대, 서강대, 홍대 등이 위치한 덕에 서울 시내 대학생들의 미팅 장소가 됐던 것. 고려대와의 정기전이 열리는 날에는 아카라카를 외치는 연세대생들이 독수리 다방에 몰려들었다고 한다. 현재 외국계 대형 커피 체인점의 공세 속에서도 학림다방과 독수리다방은 여전히 머무르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프렌차이즈 카페의 대거 진출
낮에도 도시를 환하게 밝히는 별, 스타벅스

카페 열풍의 시작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국내에 매장을 오픈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스타벅스는 1971년 시애틀의 파이크 플레이스 어시장에서 커피 원두 로스팅을 하면서 티와 기타 향신료 등을 판매하는 작은 상점에서 출발했다. 세 명의 동업자가 멜빌(Melville)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등장하는 일등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스타벅스(Starbucks)를 생각해 냈으며,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사이렌(Siren)이라는 인어의 이미지를 상징으로 선택. 사이렌이 항해사들을 유혹했던 것처럼 지나가는 이들이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것은 1999년 7월. 서울 신촌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 시장에 그야말로 혁명을 가져왔다. 커피문화는 물론 소비 트렌드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커피는 스타벅스를 구성하는 핵심요소이지만, 그들이 판매하는 것은 커피를 즐기기 위한 여유로운 시간과 공간, 즉 문화를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빠른 성장 배경을 살펴보면, 밀접한 지역화로 국내 소비자들이 바라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 신속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코리아에서 판매하는 음료 가운데 70% 이상은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음료. 제철 식재료나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한정 판매 음료는 출시 때마다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끈다. 국내 디자인팀이 80% 이상 개발하는 다이어리나 개인용 물병 등 기념품에 관한 관심도 높다.

다방과 카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시대, 장소, 제품…. 명칭이 달라졌을 뿐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공간임에는 변함없다. 때론 고소한 향기로, 때론 씁쓸한 향기로 우리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는 곳. 그 장소가 주는 매력에 우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를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