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을 찾아서
Writer 박선영
자료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역사의 뒤안길에서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되기까지
세계의 모든 도시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목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도시의 성장은 우리가 더 나은 도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테이트모던 미술관은 영국의 명소이면서 특히 전력산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더욱 특별한 곳이다. 오랜 시간 방치돼 도시의 흉물이 된 화력발전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해 ‘현대미술의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한 것.
화력 발전소의 새로운 변화,
런던 테이트모던의 이유있는 변신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는 런던에 전력을 공급하며 산업화를 이끌다가 1981년 문을 닫았다. 이후 20년 동안 버려진 이곳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게 된다. 8년의 공사 끝에 2000년 5월 12일 개관한 테이트모던은 외관의 80% 이상을 원형 보존하고 내부는 미술관의 기능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기존에 있던 기다란 창문과 99m의 거대한 굴뚝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했는데, 현재 이 굴뚝은 런던의 랜드마크이며 테이트모던의 상징이 되었다.
테이트모던은 미술품 감상뿐만 아니라 만남과 휴식이 이뤄지는 소통의 장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과 관광 수입을 올리고, 템스강 남쪽 낙후지역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과거와 단절하지 않고 런던의 역사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재탄생하게 된 것. 테이트모던은 도시 지속가능성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성공한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지역 경제를 이끌던 담배공장,
지역 문화를 이끌어가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다
1946년 청주에서 문을 연 연초제조장은 국내 제1의 담배공장이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청주의 산업중심지였다. 그러나 산업화의 변화에 따라 1999년에 공장 폐쇄가 결정되고, 2004년 문을 닫았다. 그리고 2018년 12월 27일, 이곳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이 새로이 개관되었다. 지역경제를 살리고 노동자의 땀과 애환이 담겨 있던 일터가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특징은 출입제한 구역인 수장고와 보존과학실 등도 일반인에게 공개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백남준, 이중섭, 니키 드 생팔, 서도호 등 손꼽히는 작가 작품을 포함,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천300여 점과 미술 은행 소장품 600점이 현재 청주관으로 옮겼다. 2020년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2천700점과 미술 은행 소장품 500점까지 추가로 들어오면 총 5천100여점이 배치되는 셈이다.
지속력 있는 사회는 공공장소와 관광지, 좋은 도로, 공원, 영화관, 미술관 등으로부터 나타난다. 이러한 것들이 우아한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앞으로도 발전과 쇠락을 반복하는 도시가 아닌 꾸준히 생명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도시를 기대해 본다.